일단 버스에 올라타서 앞 자리에 서 있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을 정차할 때마다 버스 안은 점점 사람들로 많아지기 시작했고 방배 래미안 아트힐 아파트 앞에 버스가 도착했을 땐 이미 버스는 만원이 되어 있었다.
이때 나는 어디에 있었냐면, 맨 앞자리의 손잡이 봉을 붙잡고 맨 앞자리의 발판 위에 서 있었다. 서초동 주민센터에서 아저씨들 몇 분이 올라타시는 데 어쩔 수 없이 내 자리를 그 분들에게 양보 아닌 양보를 해드렸다. 누가 보면 정말 손잡이 봉 잡고 서커스하는 이상한 여자애처럼 보였을 것이다.
불편하기는 했지만 짜증은 나지 않았다 . 오히려 재밌었다고 해야 하나?
버스에 올라타는 아저씨, 아줌마들은 기사 아저씨한테 차가 왜 늦게 오냐고 뭐라고 하셨는데 기사 아저씨는 그냥 차가 막혀서 늦었다고만 말씀하시고 더 이상의 말은 안 하셨다. 어떻게 보면 기사 아저씨 처신을 잘 하신 건지도 모르겠다. 맨 앞자리에 서 있다 보니까 기사석 앞의 배차간격 보는 기기의 화면이 보이기에 잠시 흘깃 봤는데 뒷차랑 간격은 4분 정도였고 앞차와의 간격은 25분이었다. 25분......
25분이면 정말 간격이 벌어져도 너무 벌어진 건데, 이 기사 아저씨한테 정말 고마운 건 배차 간격이 엄청나게 벌어져도 급발진, 과속을 하시지 않았다는 게 너무 고마왔을 따름이었다. 봉에 매달려서 가야 했던 내 입장에서는 말이다.
내릴 때 기사 아저씨가 듣던 말던 "감사합니다!"라고 외치고 내렸다.
그리고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