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뜨거운 5월의 금요일

늑대 생활 백서 2008/05/04 14:48 까칠아줌마

그저께 날씨는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아주 더웠다.

5월의 날씨라고 하기에는 너무 더웠지만, 그래도 집에서 나왔다. 뜨거운 해의 기운을 받아가면서 버스 정류장에서 5413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10분 정도 기다리니까 고가차도 너머에서 초록색 버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2시 전후로는 원래 그렇게 막히는 길이 아닌데 낙성대 방향으로 많은 차들이 가다 서다 하고 있었다. 더워서 버스 창문을 열어놓았지만 바람이 생각보다 들어오지 않아서 더운 건 마찬가지였다.

에어컨 바람도 없고 바람도 잘 들어오지도 않는 버스 안은 푹푹 찌고 있었다. 창 밖에서는 바람대신에 솜 뭉치 같은 꽃가루가 차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참다 못해서 나는 가방 안에서 작은 책자를 꺼내서 부채질을 연신 해대기 시작했다. 밖에서는 꽃가루, 버스 안에서는 찜통 더위와 싸우고 있는 셈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기사님이 흘깃흘깃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왜 그런가 하는 생각으로 운전석으로 바라보았는데 그 기사님이 나를 흘깃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기사님 복장을 잠시 봤는데 내가 봐도 덥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진한 하늘색 셔츠에 넥타이까지…… 반대로 나는 청색의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데 나는 분명히 큰 실수와 실례를 범했다. 오후 내내 끼어드는 차들과 별의 별 종류의 승객들의 비위를 맞추어가면서 그 작은 공간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시는 분께 큰 실례를 범하고 말았던 것이다.

5413번 1456 호 기사님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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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4 14:48 2008/05/0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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